‘한국게임 10년 진단할 빅뱅’
‘자존심을 걸었다!’. 지난 10년간 절대지존의 자리를 지켜온 엔씨소프트와 이제는 바꿀때가 됐다는 네오위즈, CCR의 맞대결은 향후 10년의 국내 게임계를 이끌 빅뱅이다. 게임팬들의 입장에서는 ‘포스트 스타크래프트’를 천명한 길드워를 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일인데 현역 최고 게임인 ‘카트라이더’를 겨냥한 ‘원조 국민게임’ 뉴포트리스와 게임의 대중화를 선언한 요구르팅이 가세했으니 이 얼마나 맛깔나는 차림상인가?
게임스타일도 대비된다. 미국의 유명한 게임전문지 게임스팟에서 국내 게임중 최고인 9.2점을 획득할만큼 미국적인 게임스타일을 고집한 길드워와 90년대 일본 미소녀 게임을 연상시킬만큼 일본풍의 독특한 게임성과 그래픽을 선보인 요구르팅, 2000년대 초반 국민게임이라는 칭호를 받을만큼 국내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포트리스.
게임스타일면에서도 전혀 다른 3색이다. 특히 이들이 도저히 물러날 수 없는 숙명적인 상황에서 마주친 대결이라면 게이머들은 분명 이 게임들을 직접 플레이해 볼 충분한 가치를 느낄 것이다. 물론 전혀 다른 이 3색(色)의 게임들에 모두 빠져들어도 무방하다.
≫ 길드워 하러가자
지난주, 국내 게임계의 화두는 단연 길드워의 오픈베타테스트 성적이었다. 길드워는 지난 한주간 총 50만명의 사용자가 계정을 만들었다. 이는 ‘리니지2’의 오픈베타테스트 첫주 성적을 능가하는 기록,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엔씨소프트의 ‘길드워’는 최고 수준의 작품이라는 해외 평가와 함께 일주일간 50만개의 국내 사용자 계정이 만들어지며 흥행에 탄력이 붙었다.
미국의 유명 게임웹진 ‘게임스팟(gamespot.com)’은 최근 길드워에 대해 한국 업체의 게임중 역대 최고 점수인 9.2점(10점 만점)의 점수와 함께 ‘최상급(superb)’ 등급을 부여했다. 게임스팟의 유명 평론가 그렉 캐서빈(Greg Kasavin)은 “여러 액션 롤플레잉 게임들과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들, 멀티플레이 대전게임들의 가장 뛰어나고 중독적인 속성만을 혁신적이고 성공적으로 결합시켰다”고 길드워를 극찬했다. 길드워는 또 다른 게임웹진 ‘인사이드 게이머 온라인’에서도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
일부 길드워의 게임방식에 익숙치 않은 게이머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있으나, 고레벨의 길드들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이는 5월 중순부터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지난 달 28일 길드워 게임의 상용화를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 시작한 후 1주일만에 25만개 이상의 계정이 만들어졌다”며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당초 전망한 연간 판매량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1주일 동안 총 50만명의 사용자가 계정을 만들었으며 동시 접속자 수는 3만명 수준을 기록해 리니지2의 공개 시험 서비스 초기 수준을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게임의 대중화는 요구르팅으로부터
국내 게임은 싫든 좋든 일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아케이드게임기부터 PC-비디오게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따라서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친숙할 수 밖에 없다. ‘요구르팅’은 2년여 동안 개발비용 100억원을 투입하여 개발된 블록버스터급 온라인게임으로, MMORPG로 포화된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에 새로운 장르를 채택, 차세대 온라인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온라인게임의 커뮤니티성과 콘솔게임의 게임성 등 게임 본연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요구르팅’은 초보 게이머부터 하드코어 게이머까지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게임으로, 2005년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문화저변을 넓히게 될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또한 게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에 착수, ‘요구르팅’을 일본 온라인게임 배급업체인 겅호온라인에 계약금을 포함한 340만 달러 규모로 수출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러브콜이 쇄도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게임으로 거듭나고 있다.
≫ 국민게임의 원조는 포트리스
‘국민게임’이라는 별칭이 붙었던 CCR의 포트리스가 이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돌아왔다. 한때는 ‘포트리스’와 ‘리니지’를 모르면 간첩인 시대가 있었을만치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게임이라는 ‘게’자도 들어보지 못했던 초보자를 비롯, 하드코어 게이머들에 이르기까지 남여노소 누구나 쉽게 즐겼던 작품이다.
포트리스는 상하 방향키로 각도를 맞춰 스페이스바를 이용해 상대편 탱크를 쏘아 떨어뜨리고 좌우 방향키로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민게임의 원조 포트리스의 새로운 이름 ‘뉴포트리스’는 쉽고 간단한 포트리스 특유의 게임방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여기에 동시턴과 연속기 등 신감각의 게임방식을 결합했다.
게임 진행은 사용자 모두가 동시에 이동턴을 받고 발사턴을 받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없이 스피드하고 경쾌한 게임진행이 가능해졌다. 짧게는 2분, 길게는 5분내에 게임을 끝낼 수 있다. 동시 다발적인 게임진행으로 매 순간 순간 스릴을 만끽할 수도 있다. 새롭게 추가된 탱크는 물론, 업그레이드된 아이템 등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CCR은 지난 4월초 비공개로 실시됐던 알파 테스트시 발견됐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착 아이템 튜닝 시스템 계곡 배경의 신규 맵 등을 새롭게 선보여 중점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이달 중 2차 클로즈베타 여부를 결정한 뒤, 6월에 오픈베타 서비스를 실시해 ‘카트라이더’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스타크래프트 이후 한국 게임계의 향후 10년을 책임지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오픈베타테스트에 들어간 길드워의 놀라운 흥행성적이 ‘신드롬’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조 국민게임 포트리스가 뉴포트리스라는 이름으로 게임업계에 복귀 신고를 했다. 신감각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뉴포트리스’는 카트라이더에 빼앗긴 국민게임이라는 칭호를 다시 되찾아 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며 이번 빅뱅에 합류했다. 또 네오위즈도 게임의 대중화를 앞세운 ‘요구르팅’의 출시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내고 게임포털 1위자리에 등극하겠다는 야심이다.
특히 길드워, 요구르팅, 뉴포트리스는 ‘킹’보다는 ‘킹메이커’ 역할의 비중이 더 큰 만큼 이 게임들의 흥행성적은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CCR 뿐 아니라 전체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봉철 기자 jan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