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문학 짜릿한 만남
출처전자신문 4/27


숱한 사회적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기 소설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이인화 교수(본명 류철균·39·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가 요즘 ‘특별한 외도’를 즐기고 있다.


 소설 ‘영원한 제국’으로 필명을 날렸던 그가 온라인게임 ‘리니지’에 푹 빠져살더니, 급기야 28일 전세계에 공개되는 엔씨소프트 ‘길드워’의 이야기꾼(스토리텔링)으로 참여하게 된 것. 이 교수는 현재 ‘길드워’의 원천 개발사이자 엔씨소프트의 미국내 게임개발스튜디오인 아레나넷과 시나리오 공동 작업을 진행중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길드워’의 오픈을 앞두고, 이 교수의 작업에 대한 커다란 애정과 기대감을 함께 드러내 보였다. 김 사장은 “이 교수가 개발자들과 함게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이것은 게임의 ‘한국화(로컬라이제이션)’를 넘어 ‘문화화(컬처럴라이제이션)’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시도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의 롤플레잉게임(RPG)이 이용자 자신을 객체화한 대체 생명을 통한 전투와 성장에 초점을 맞춰 재미를 제공했다면, ‘길드워’는 탄탄한 스토리로 ‘읽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함께 선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길드워’는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매년 2차례씩 확장팩을 내놓으면서 20회 정도의 업데이트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인화 교수는 핵심인 게임의 극적 전개 부분을 맡게 된다. 실로 20권의 장편소설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방대한 작업인 셈이다.


 순수문학에 주력해오던 이 교수가 ‘디지털 창작’, 특히 게임시나리오에 관심을 보인 것은 ‘리니지’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려 42시간 동안 ‘리니지’에 빠져 낮밤을 잊은 적도 있었다는 것.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도 현실 세계 만큼 ‘얽히고 설킨’ 삶이 존재하고, 그것은 이용자간 상호작용을 통해 수만가지의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또 다른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동창생이기도한 이인화 교수와 김택진 사장은 우연한 기회에 서로가 가진 세계관에 깊이 매료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 것. 이 교수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창작 플랫폼을 만났고, 김 사장은 온라인게임이 이용자에게 줄 수 있는 새로운 재미의 ‘몸통’을 잡아낸 것이다. 이들이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가 어쩌면 우리시대에 가장 고급화된 ‘문학과 게임’의 의사소통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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