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엔지니어로서 한국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세계로 나가 파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온라인게임을 미래 아이템으로 생각했던 바로 그때, `과연 미래에는 온라인게임을 폭넓게 받아들이고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지금은 온라인게임 산업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시에 생각해 왔던 가능성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무수히 많은 10대와 20대들이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사회와 문화의 주류가 되는 10년, 20년 후에는 온라인 게임 문화가 세계 문화의 주류가 될지 모른다. 또 온라인게임이 세계 문화의 주류가 되는 때에는 `게임과 문화의 융합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때에는 지금의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는 세대가 산업의 원동력이 될 것이며, 지금의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가 세계 문화를 주도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런 점에서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미래는 밝으면서 동시에 무거울 것이다.
문화를 창조하고 전파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사상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하며, 모든 면에서 세계의 업체들을 앞서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 온라인게임 업계도 발전 가능성만 보고 안주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지금까지의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앞서갈 것임은 사실이지만, 현재도 한국의 게임산업이 세계 1류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한국에는 세계 게임 업계는 물론 음반 영화 등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5위권 내에 드는 업체가 하나도 없다.
현재 구미의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문화와 안방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앞으로는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업체들이 전세계 젊은이들의 엔터테인먼트화 거실 문화를 주도할 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 게임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각오는 남달라야 할 것이다.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지만, 이를 이제 글로벌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개발사의 `창의력'과 `문화 융합'을 위한 노력이다. 국내 업체들의 창의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이 온라인게임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도 `창의력' 때문이었다. 이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게임시장에서 우리의 주요 무기가 될 것이며, 크게는 문화산업에서 게임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전 세계 젊은이들의 문화로 온라인게임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콘텐츠 국제화나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로는 안된다. 한국이 온라인게임 시대 `할리웃'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적으로 융합'(컬처라이제이션)된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
해외 현지 시장에 진출해 게임 사이트를 운영하고 판매하는 것이 국제화(글로벌라이제이션)라고 한다면, 현지에서 그들의 문화를 흡수한 게임을 만드는 것을 진정한 현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라나 지역의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색상을 골라내고 의상을 만들고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지화를 문화적 측면에서의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것을 해내고, 또 문화적으로 융합된 콘텐츠 안에 우리의 창의적 정신을 담아 낼 수 있을 때,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들은 10년이나 20년 뒤, 세계 문화산업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